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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에게 배운 내 삶의 별 같은 의미 어린 시절 처음 읽었던 "어린 왕자", 아이에게 읽어주며 느꼈던 감정, 그리고 지금 병상에서 다시 꺼내든 책 한 권. 매번 다르게 읽히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삶을 되돌아보며, 별 위에 앉은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본다.1. 처음 어린 왕자를 만난 날 아주 오래전, 초등학생 4학년때였다.교육대학을 다니던 언니의 책장에 꽂혀 있던 작은 책에 호기심이 생겼고, 어린 왕자가 그려진 삽화를 따라 책장을 넘겼다.솔직히 말해 처음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장미를 사랑한다는 것", "여우를 길들인다는 것",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 그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저 작은 별에 혼자 사는 아이가 외로워 보여서, 괜히 내 마음도 조용해졌던 기억만 남아 있다.하지만 이상하.. 2025. 5. 6.
암 투병 중 다시 찾은 일상, 마음속 깊은 이야기 소변 주머니를 제거하고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온 지금,나는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새삼 느낍니다.남편과 아들의 헌신적인 간병 속에 씻고, 먹고, 움직이며,삶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하지만 몸속의 암은 여전히 함께하며내게 또 다른 준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오늘도 나는 마음속 깊이 빌어봅니다.나의 마지막 모습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기를.1. 다시 욕실에서소변 주머니를 제거한 날,나는 다시 욕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벽 손잡이를 꼭 잡고 서 있는 나를남편이 조심스럽게 씻겨주었습니다.그 모습이 어찌 보면 서글프지만나는 그저 감사했습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샤워의 온기인지…물이 몸을 타고 흐르고비누 냄새가 희미하게 감도는 이 시간이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욕실 안에.. 2025. 5. 2.
소변주머니 없이 걷는 첫날, 엄마에게 자랑하러 갔던 감동 순간 2025년 8월 14일, 저는 항암주사 4차를 맞는 날이었습니다.그리고 소변주머니를 제거할 수 있다는 희망에 설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이 작은 기적을 제일 먼저 전하고 싶었던 사람은 바로 엄마였습니다.어릴 적 10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엄마 앞에 달려가던 그때처럼,저는 오늘 제 기쁜 소식을 엄마에게 자랑하러 갔습니다.1. 8월 14일, 작은 기적을 기대하며아침 8시 전에 채혈을 하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무려 두 시간을 서 있었지만, 아픈 줄도 모르고 기다렸습니다.이런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서자, 저와 아들은 숨을 죽인 채 선생님의 입만 바라보았습니다."좋은데요. 결과가 아주 좋아요. 암 수치도 거의 정상이네요."선생님의 웃는 얼굴과 함께 들려온 이 한 마디. 얼마나 듣고.. 2025. 4. 28.
투병 생활 중 느낀 따뜻한 손길과 위로의 시간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함께 눌립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누군가의 손길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지 새삼 깨닫습니다. 요즘 저는, 하루하루를 그런 감사 속에 살아갑니다. 작은 일상 하나에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덕분에 버텨낼 수 있는 지금. 그 고마움과 아픔, 그리고 희망의 한 조각을 오늘도 기록해 봅니다.🪻 목욕 대신, 사랑이 닿는 수건예전엔 씻는 일이 이렇게 절실한 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자유롭게 샤워하고 머리를 감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병이 들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기에, 목욕은 꿈같은 일이 되었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건 남편입니다.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셔 조심스럽게 제 몸을 닦아주고, 머리도 정성껏 감겨.. 2025.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