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함께 눌립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누군가의 손길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지 새삼 깨닫습니다. 요즘 저는, 하루하루를 그런 감사 속에 살아갑니다. 작은 일상 하나에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덕분에 버텨낼 수 있는 지금. 그 고마움과 아픔, 그리고 희망의 한 조각을 오늘도 기록해 봅니다.
🪻 목욕 대신, 사랑이 닿는 수건
예전엔 씻는 일이 이렇게 절실한 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자유롭게 샤워하고 머리를 감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병이 들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기에, 목욕은 꿈같은 일이 되었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건 남편입니다.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셔 조심스럽게 제 몸을 닦아주고, 머리도 정성껏 감겨줍니다. 하루하루 그런 손길을 받으며 마음이 묘하게 울컥합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고맙고 따뜻한 마음이 더 큽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고 애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약도 빠짐없이 챙겨 먹고, 통증이 있어도 참아내며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몸이 말썽을 부립니다.
🪻 오른쪽 소변줄 부위, 뜨겁고 붉어진 피부
문제는 오른쪽 소변줄이었습니다. 삽입 부위가 점점 붉게 부풀어 오르더니, 통증까지 느껴졌습니다. 2일에 한 번씩 병원에서 소독을 받으라고 했지만, 동네 병원에서는 “큰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상태로는 병원에 자주 다녀오는 것 자체가 큰일입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아들이, 충북대병원 간호사 선생님께 직접 부탁드려 소독법을 배웠습니다. 소독장갑 끼고, 소변줄이 빠지지 않도록 반창고 거즈, 듀브가드를 잘 제거한 다음 소독해 주고 소변줄을 고정해 주는 튜브가드를 잘 끼워주고 거즈 반창고로 마무리,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따라 해 줍니다. 그 손길이 어찌나 정성스럽고 조심스러운지, 마치 수술이라도 하듯 긴장하면서 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그러나… 더운 날씨에 침대에만 누워있다 보니, 땀이 찼는지 결국 염증이 악화됐습니다. 붉고 따가운 부위는 냉찜질로라도 막아보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꾹 참았지만 결국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 응급실에서 들은 두 가지 소식
충북대병원 응급실. CT를 찍고 진료를 받은 결과, 다행히 염증은 항생제로 치료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안심하셔도 된다고 하셨지만, 제 눈에는 이미 아들의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며칠 사이 아들은 더 말라 있었고, 저는 더 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반가운 소식도 함께 들었습니다.
“이제 소변줄을 제거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야호! 만세다!’ 속으로 외치며, 몇 달간의 불편과 고통이 순간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걸음 나아갔다는 사실이 제겐 커다란 위로가 되었습니다. 아프기 전엔 당연했던 일들이, 지금은 전부 ‘감사’로 다가옵니다.
남편의 수건 손길, 아들의 서툴지만 진심 어린 소독, 그리고 내 몸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기적 같은 변화. 오늘도 나는 이 하루를, 살아냅니다.
마무리하며 – 내일도, 기적처럼
몸이 아픈 동안 참 많은 걸 배웁니다. 나약한 자신을, 헌신하는 가족을, 그리고 작지만 놀라운 회복의 힘을요. 오늘은 소변줄을 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들었지만, 내일은 또 어떤 고비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그 어떤 고비도, 누군가의 사랑과 나의 용기로 넘을 수 있다는 걸요.
남편의 따뜻한 수건, 아들의 땀 섞인 소독 솜, 그리고 제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작은 용기가 오늘도 저를 버티게 합니다.
아직도 저는 불완전하고, 아프고, 때때로 서럽지만…
그래도 하루를 더 살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다시 내일을 준비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아프거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기적은 거창한 게 아니라,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낸 그 자체라는 걸.
우리, 내일도 잘 살아봅시다. 작지만 따뜻한 기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