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4

지혜는 결국 삶으로 배우는 것 – 아들과 딸에게 보내는 탈무드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내 곁에서 나를 간병하고 지켜주는 민강이와 채윤이를 바라보며,엄마는 다시 탈무드를 꺼내 읽는다.이제는 어릴 적 너희에게 읽어주었던 이야기책이 아니라,삶을 견디는 지혜로, 사람을 품는 지혜로그 책을 다시 마주한다. 엄마가 삶을 걸어오며 배운 것들,이제는 너희에게 천천히 건네고 싶다.1. 책임지는 삶을 살아라 – 자유는 책임과 짝을 이룬다아들아, 너는 이제 세상과 맞붙는 가장이다.딸아, 너도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어엿한 어른이다.엄마는 늘 너희가 자유롭기를 바랐지만,그 자유가 ‘책임’과 함께여야 한다는 걸 지금 너희는 알 거다. 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어.“세상의 모든 행동은 책임을 수반한다.아무도 보지 않아도, 하늘은 알고 있다.” 세상이 억울하게 느껴질 때,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줄 .. 2025. 5. 9.
내 삶의 별, 어린 왕자 어린 시절 처음 읽었던 "어린 왕자", 아이에게 읽어주며 느꼈던 감정, 그리고 지금 병상에서 다시 꺼내든 책 한 권. 매번 다르게 읽히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삶을 되돌아보며, 별 위에 앉은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본다.1. 처음 어린 왕자를 만난 날 아주 오래전, 초등학생 4학년때였다.교육대학을 다니던 언니의 책장에 꽂혀 있던 작은 책에 호기심이 생겼고, 어린 왕자가 그려진 삽화를 따라 책장을 넘겼다.솔직히 말해 처음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장미를 사랑한다는 것", "여우를 길들인다는 것",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 그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저 작은 별에 혼자 사는 아이가 외로워 보여서, 괜히 내 마음도 조용해졌던 기억만 남아 있다.하지만 이상하.. 2025. 5. 6.
다시 맞이한 일상, 그러나 여전한 마음의 소리 소변 주머니를 제거하고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온 지금,나는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새삼 느낍니다.남편과 아들의 헌신적인 간병 속에 씻고, 먹고, 움직이며,삶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하지만 몸속의 암은 여전히 함께하며내게 또 다른 준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오늘도 나는 마음속 깊이 빌어봅니다.나의 마지막 모습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기를.1. 다시 욕실에서소변 주머니를 제거한 날,나는 다시 욕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벽 손잡이를 꼭 잡고 서 있는 나를남편이 조심스럽게 씻겨주었습니다.그 모습이 어찌 보면 서글프지만나는 그저 감사했습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샤워의 온기인지…물이 몸을 타고 흐르고비누 냄새가 희미하게 감도는 이 시간이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욕실 안에.. 2025. 5. 2.
드디어 소변주머니를 떼던 날, 엄마에게 자랑하러 갔습니다 2025년 8월 14일, 저는 항암주사 4차를 맞는 날이었습니다.그리고 소변주머니를 제거할 수 있다는 희망에 설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이 작은 기적을 제일 먼저 전하고 싶었던 사람은 바로 엄마였습니다.어릴 적 10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엄마 앞에 달려가던 그때처럼,저는 오늘 제 기쁜 소식을 엄마에게 자랑하러 갔습니다.1. 8월 14일, 작은 기적을 기대하며아침 8시 전에 채혈을 하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무려 두 시간을 서 있었지만, 아픈 줄도 모르고 기다렸습니다.이런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서자, 저와 아들은 숨을 죽인 채 선생님의 입만 바라보았습니다."좋은데요. 결과가 아주 좋아요. 암 수치도 거의 정상이네요."선생님의 웃는 얼굴과 함께 들려온 이 한 마디. 얼마나 듣고.. 2025.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