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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내가 일으키다. 수술 후 진짜 싸움의 시작

by 아토 (선물) 2025. 5. 17.

옆으로 누울 수있는 것도 행복

 

결혼 전 병원에서 근무하며, 환자들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안다.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란 걸.
입원 생활의 진짜 싸움은, 고통을 껴안고 일어서는 그 첫걸음부터 시작된다는 걸.

2025년 4월 4일, 나는 자궁내막암 전이로 대수술을 

4시에 시작해 9시 30분이 되어서야 병실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에게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간병 선생님을 모시고,
이제는 내 회복을 내 의지로 책임져야 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1. 가족을 보내고, 내 싸움이 시작됐다

남편, 아들, 딸.
그들의 지극한 사랑과 간병을 이미 경험한 나는
이번엔 그 무게를 내려놓게 하고 싶었다.

 

“ 이제 괜찮아. 나, 잘 해낼 수 있어. 그러니 각자 자기 일에 충실해주길 바래 ”
간병인 선생님이 있으니 걱정 말고 집에 가 있으라고 안심시키고
나는 본격적인 입원 생활, ‘혼자’ 맞서는 시간을 시작했다.

 

이젠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려있었다.
회복이란, 약이나 기계가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내 의지, 내 정신력, 내 몸의 반응이 결국 결과를 바꾸는 것이다.

 

수술 당일은 무통 주사 덕에 비교적 견딜만했지만,
이튿날 새벽부터 일반 진통제로 바뀌자
고통은 무섭게 밀려왔다.

 

누가 손만 스쳐도
“악!” 자지러질 정도였다.
내 몸이지만 낯설고, 조금만 움직여도 진저리가 났다.

그런데, 담당 교수님이 저녁 회진 중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걸으셔야 해요. 그래야 유착이 안 생겨요. 방귀도 뀌어야 하고요.”

 

그 말에 나는 숨이 턱 막혔다.
‘교수님, 지금은 걷는다는 게 상상도 안 돼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겨우 입술을 열었다.
“아뇨, 아직 안 움직였어요. 너무 아파서요. 내일은… 움직여 볼게요.”


2. 꿈틀, 꿈틀 – 지렁이처럼 시작한 첫 움직임

교수님이 돌아가신 뒤, 간병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수술 하루 만에 걷는 분도 있어요. 너무 겁내지 마세요.”

그 말에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그럼 나도 한번 해보지 뭐.’

 

몸을 옆으로 돌리는 것도 고역이었다.
마치 지렁이처럼 천천히, 꿈틀꿈틀 침대 위를 굴렀다.
간병 선생님은 도와주겠다 하셨지만,
나는 내 몸의 고통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제가 할게요. 혼자 해볼게요.”
하면서 버텨냈다.

 

아프지 않은 부위를 찾아 몸을 기울이고,
팔을 조금씩 움직여
침대를 조절하고 일어나 앉았다.
처음 앉았을 때,
세상이 흔들리는 듯 어질 했지만
나는 일어서는 것 자체가 작은 승리라 여겼다.

 

그리고 그날, 수술 후 24시간도 채 안 돼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다리를 내려놓고
링거폴대를 붙잡고 섰다.

 

그 순간, 속으로 외쳤다.
“나 해냈다!”


3. 뽈대를 밀며 간호사실까지 – 아이처럼 자랑한 순간

나는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폴대를 밀며 간호사실까지 갔다.

 

땀이 맺히고 숨이 가빴지만
도착하자마자 간호사 선생님들께 말했다.
“저, 일어섰어요!”

 

마치 유치원 아이가 부모에게 그림을 보여주듯
나는 자랑하고 싶었다.
이 고통 속에서, 내가 이만큼 해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우와~ 잘하셨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박수를 치며 웃어주었다.
그 말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마치 훈장을 받은 군인처럼
으쓱하며 병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에 다시 눕는 것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에고… 고되다… 하지만 해냈다.”


마무리 – 내 몸은, 내 의지가 움직인다

수술 후의 통증,
움직이지 못하는 두려움,
낯선 몸을 받아들이는 일.

 

그건 누구의 몫도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움직이면 회복은 시작된다.
움직이는 몸보다
움직이려는 마음이 먼저였고,
그 마음이 몸을 일으켰다.

 

나는 오늘도 내 몸과 대화한다.
“잘했어. 내일은 더 나아지자.”

 

그리고 또 하루,
내가 나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