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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나온다더니, 진짜 나왔어요” — 병원에서 찾은 작은 기적

by 아토 (선물) 2025. 5. 21.

세종충남대병원 4층 휴계공원에서

 

2024년 11월 5일, 수술 하루 만에 일어섰다. 고통의 끝을 알고 나니 두려움도 줄어들었다. 칭찬은 나를 움직이게 했고, 걷고 또 걸으면서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희망을 찾아갔다. 병실의 '선배'가 되어가는 나. 병원은 아프기만 한 곳이 아니라, 아주 작고 소중한 기쁨을 다시 배우는 곳이었다.


1.  "가스와의 전쟁, 그리고 작은 승리"

수술 다음 날, 교수님의 “잘 걸으셨네요”라는 칭찬은 내게 큰 원동력이 됐다.
죽을 먹고 가스를 배출해야 밥을 먹을 수 있다기에, 걷고 또 걸었다.
9층 로비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걸었더니…
정말 가스가 나왔다.
그 순간, 희망이 움텄다.
그리고 나는 매일 10바퀴씩 걷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운동이었으니까.
하찮아 보일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작은 성취는 큰 기쁨이었다.


2. 병원에서 찾은 “행복”이라는 감정

하루하루 회복해 가면서, 나는 병실의 ‘선배’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움직이면 덜 아픈지, 어떤 자세가 편한지를 조언해 주는 나.
행복이란 별 게 아니었다.
안 아프면 행복, 아프면 불행. 참 단순하다.
머리카락, 속눈썹, 눈썹이 다 빠졌던 나. 거울도 보기 싫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9월 25일을 마지막으로 일반항암주사를 멈췄고,
어느 날 문득 자라나는 눈썹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
그건 마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3. 모두가 아프기에, 마음이 놓였던 공간

밖에서는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 오니, 모두가 아픈 사람들.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퇴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곧 퇴원할 수 있겠지?” 하는 희망도 품고,
나보다 더 아픈 분들을 보며, “그래도 나는 아직 다행이야…”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방송에서 “코드불능”이라는 말을 들을 땐
문득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두려움에 숨이 막히기도 했다.
이곳은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마무리

이렇게 하루하루, 나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어제보다 한 발짝 더 걸었고, 오늘은 거울을 본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작은 일들이
지금의 나에겐 엄청난 성취이자 희망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