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5일, 수술 하루 만에 일어섰다. 고통의 끝을 알고 나니 두려움도 줄어들었다. 칭찬은 나를 움직이게 했고, 걷고 또 걸으면서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희망을 찾아갔다. 병실의 '선배'가 되어가는 나. 병원은 아프기만 한 곳이 아니라, 아주 작고 소중한 기쁨을 다시 배우는 곳이었다.
1. "가스와의 전쟁, 그리고 작은 승리"
수술 다음 날, 교수님의 “잘 걸으셨네요”라는 칭찬은 내게 큰 원동력이 됐다.
죽을 먹고 가스를 배출해야 밥을 먹을 수 있다기에, 걷고 또 걸었다.
9층 로비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걸었더니…
정말 가스가 나왔다.
그 순간, 희망이 움텄다.
그리고 나는 매일 10바퀴씩 걷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운동이었으니까.
하찮아 보일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작은 성취는 큰 기쁨이었다.
2. 병원에서 찾은 “행복”이라는 감정
하루하루 회복해 가면서, 나는 병실의 ‘선배’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움직이면 덜 아픈지, 어떤 자세가 편한지를 조언해 주는 나.
행복이란 별 게 아니었다.
안 아프면 행복, 아프면 불행. 참 단순하다.
머리카락, 속눈썹, 눈썹이 다 빠졌던 나. 거울도 보기 싫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9월 25일을 마지막으로 일반항암주사를 멈췄고,
어느 날 문득 자라나는 눈썹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
그건 마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3. 모두가 아프기에, 마음이 놓였던 공간
밖에서는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 오니, 모두가 아픈 사람들.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퇴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곧 퇴원할 수 있겠지?” 하는 희망도 품고,
나보다 더 아픈 분들을 보며, “그래도 나는 아직 다행이야…”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방송에서 “코드불능”이라는 말을 들을 땐
문득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두려움에 숨이 막히기도 했다.
이곳은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마무리
이렇게 하루하루, 나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어제보다 한 발짝 더 걸었고, 오늘은 거울을 본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작은 일들이
지금의 나에겐 엄청난 성취이자 희망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