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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전해준 희망, 그리고 소풍처럼 다녀온 병원 2025년 5월 28일, 면역항암주사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날. 이전과는 달리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외출이었다.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며 느낀 변화, 간호사 선생님의 축하, 김홍식 교수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채워준 하루였다. 병원이 아닌, 삶의 작은 소풍 같았던 이 하루의 기록.1. 소풍 가듯 병원으로 향한 날며칠 전부터 무엇을 입을까, 어떤 샌들을 신을까 고민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 갈 준비를 했다. 처음엔 스스로도 놀랐다. 늘 병원은 무겁고 두려운 곳이었는데, 이번만큼은 마치 소풍을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하듯 날씨도 맑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그렇게 마음이 가벼웠던 이유는, 머리카락이 다시 자랐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중단한 후 짧게나마 다.. 2025. 6. 4.
항암 치료 중에도 딸 위해 만든 150개의 만두 며칠 전, 딸아이가 잠깐 내려왔습니다.소고기 미역국을 두 그릇이나 뚝딱 해치우는 딸아이를 보며 문득,"만두도 만들어줄까?"라고 물었고,그날 나는 정신없이 150개의 만두를 빚었습니다.그리고 마음속에 하나의 소원이 생겼습니다.1. 앵두 같은 입으로 미역국 두 그릇며칠 전, 딸아이가 하루 시간을 내서 집에 왔습니다.늘 그랬듯 미리 끓여놓은 소고기 미역국에딸아이가 숟가락을 들더니작은 입으로 두 그릇이나 뚝딱 비워냈습니다.그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대견하고 예쁘던지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했어요.“너 좋아하는 만두도 만들어줄까?”“좋지!” 하며 빛나던 그 눈망울에몸은 아파도 손은 먼저 움직이더군요.2. 정신 차려보니… 150개처음엔 20~30개만 하려 했어요.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어느새 150개나 빚고 있더라고.. 2025. 6. 3.
13일 만의 집 귀가, 병원을 떠나 다시 찾은 나의 공간 2024년 11월 14일, 나는 병원에서 퇴원했다.13일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멈춰 섰다.익숙한 우리 집이 거기 서 있었다.내가 살아 돌아왔다는 실감이, 그 순간 밀려왔다.살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견딘 시간들,이제는 다시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해또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1. 집이 나를 기다려줬어요입원하는 날, 집을 떠나기 전 나는 거실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봤어요.내가 사랑했던 풍경들, 내 손으로 꾸민 작은 공간들,그 모든 게 내 눈에 들어왔고,‘이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죠. 그리고 오늘, 퇴원 후 다시 그곳에 섰어요.우리 집 현관 앞에서 문고리를 잡는데, 눈물이 핑 돌았어요.살아서 돌아왔다는 것.이곳이 나를 기다려줬다는 것.그 사실 하.. 2025. 5. 24.
학생 간호사와의 특별한 인연, 마지막 밤 편지에 담긴 마음 입원 중 저는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매일 걷고 스트레칭하며 스스로 몸을 움직였고,그 시간이 저에게는 유일한 회복의 길이었습니다.그러던 중, 딸을 떠올리게 하는 학생 간호사 한 분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인터뷰를 요청한 그녀에게 저의 마음을 담아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드렸고, 퇴원 전날 그녀가 전해준 손 편지는제게 큰 감동과 위로가 되었습니다.이 글은 병원 생활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과, 그 마지막 밤의 따뜻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1. 딸을 떠올리게 한 학생 간호사바이탈 체크를 해주시던 조용한 학생 간호사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문득 제 딸아이가 떠올랐습니다.알고 보니 청주 출신이라고 하여 더욱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며칠 뒤, 그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혹시.. 2025.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