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8일, 면역항암주사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날. 이전과는 달리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외출이었다.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며 느낀 변화, 간호사 선생님의 축하, 김홍식 교수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채워준 하루였다. 병원이 아닌, 삶의 작은 소풍 같았던 이 하루의 기록.
1. 소풍 가듯 병원으로 향한 날
며칠 전부터 무엇을 입을까, 어떤 샌들을 신을까 고민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 갈 준비를 했다. 처음엔 스스로도 놀랐다. 늘 병원은 무겁고 두려운 곳이었는데, 이번만큼은 마치 소풍을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하듯 날씨도 맑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마음이 가벼웠던 이유는, 머리카락이 다시 자랐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중단한 후 짧게나마 다시 자라기 시작한 머리 덕분에, 오랜만에 모자 없이 외출할 수 있었다. 샌들도 그에 맞춰 새로 장만했고, 거울 속 나 자신에게도 오랜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2. “가발 아니죠?”라는 축하 인사
항암 투약실에 들어서자, 간호사 선생님이 날 한참 바라보시더니 “머리가 있어서 못 알아봤어요!”라며 웃으셨다.
그리고 조심스레 “가발 아니죠?” 하고 묻더니, 진심으로 “정말 축하해요!”라며 따뜻한 축하를 건네주셨다.
머리카락 하나로 이렇게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니. 참으로 사소한 변화가 마음 깊은 곳을 흔들었다.
이전엔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았고, 치료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내 안에 피어난 ‘회복의 증거’가 나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했고, 그걸 함께 축하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더욱 감사했다.
3. 김홍식 교수님의 말, 삶의 방향이 되다
혈액종양내과 김홍식 교수님은 언제나 그랬듯 유쾌하게 말씀하셨다.
“즐겁게 살라고 치료하는 거예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세요.”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 되어주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래요.”
주사 맞으며 창밖을 바라보는데, 지금껏 버텨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결국 오늘의 ‘소풍 같은 날’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참 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소소한 행복을 자주 마주하며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