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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의 기적, 항암치료의 첫걸음을 떼다

by 아토 (선물) 2025. 4. 18.

봉명사거리

 

하루하루 기적처럼 좋아진 내 몸은 마침내 항암 치료를 견딜 수 있는 상태가 되습니다.
6월 7일, 1차 항암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긴장도 됐지만, 다행히 큰 부작용 없이 잘 버텨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허리엔 여전히 튜브가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살아 있음’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을 살아낼 차례입니다.


1. 드디어 항암치료를 시작하다

하루하루 기적이 쌓여, 드디어 나는 항암제를 맞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6월 7일, 충북대병원 병실에서 1차 항암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입원한 병실, 그 낯익은 공간에서 조용히 주사 바늘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제발 잘 견뎌주기를…”


일반 항암제 2종과 면역항암제 1종, 총 3종의 약물을 무려 10시간 동안 천천히 맞았고.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입원한 채 상태를 지켜보았습니다.

긴장과 불안, 그리고 작은 희망이 뒤섞인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큰 부작용 없이 버텨냈습니다.
나는 아직 살아있고, 내 몸은 이 싸움을 이겨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2. 퇴원, 다시 집으로

며칠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6월 10일 드디어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장이 아직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허리 양옆으로 연결된 소변 배출 튜브는 그대로 둔 채였습니다.
불편했지만, 이제 병원 문을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기뻤던 건,
투석을 위해 목에 삽입해 두었던 굵은 튜브를 마침내 제거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순간은 마치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고,
목덜미에 느껴지는 통증조차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남은 상처는 아팠지만,
나는 또 한 번 잘 버텨냈고,
그 자리에 조용히 ‘잘 해냈다’는 훈장 하나를 새겨 넣었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햇빛,

병원으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며

늘 지나다니던 길거리의 간판도 새삼스럽게 반가웠고

밀리는 차에 심지어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조차 좋게 들렸습니다.

 

4층이다 보니 계단 오르기는 힘들었지만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병원 냄새 대신 익숙한 집 냄새,

내 손길이 닿았던 물건들....

 

모든 것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역시, 내 집이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3. 견뎌야 한다, 살아내야 한다

퇴원을 앞두고, 담당 간호사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항암제 맞고 며칠간은 구토도 나고, 열도 날 수 있어요.
열이 잘 안 떨어지면, 무조건 응급실로 오셔야 해요.”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조심스러움과 걱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아직 내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또 한 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영양사 선생님께서도 병실을 찾아와 말씀하셨어요.
“항암치료받는 분들에겐 음식이 정말 중요해요.
어떤 게 좋은 음식인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하나하나 알려드릴게요.
무엇보다 밥을 못 드시면 더 힘들어져요.
입맛이 없어도, 어떻게든 조금씩 꼭 드셔야 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먹어야 살 수 있고, 견뎌야 내일이 온다.
몸이 괴롭고, 속이 울렁이고, 열이 나도…
이 모든 걸 견뎌내야만 내게 주어진 시간을 더 오래 끌어안을 수 있다.

 

치료는 아직 시작일 뿐이다.
1차 항암이 끝났고, 2차는 3주 뒤.
그 사이 회복하며 다시 싸울 힘을 키워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살아 있는 중이다.
그리고 살아내고 있다.


마무리

병원 문을 나서는 그 순간,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습니다. 아직 신장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아 몸 안에 삽입된 튜브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지만, 항암제를 맞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게 감사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압니다. 구토와 발열, 식욕부진 같은 부작용과도 싸워야 하고, 매번 항암제를 맞을 때마다 긴장과 두려움을 마주해야 하겠지요. 그래도 저는 또 하루를 살아냅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이 시간을 소중히 붙들며, 나를 응원해 주는 가족과 미래를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보려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지금의 저에겐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그리고 그 기적의 한가운데에서 저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