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소변줄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by 아토 (선물) 2025. 4. 21.

충북대병원

 

양쪽 허리에 소변 줄을 달고 살아가는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제한합니다.
뽈대를 밀고 움직이며, 침대 위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더딘 시간 속에서 많은 감정을 스쳐가게 합니다.
2차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던 날, 감사와 미안함, 그리고 든든함이 교차했던 마음을 기록합니다.


1. 침대 위의 시간과 뽈대의 일상

소변줄이 양쪽 허리에 달린 채로 생활을 하다 보니,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고 불편합니다.
뽈대를 사서 그 위에 소변 주머니를 걸고 움직이긴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냅니다.

혼자서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마음대로 씻을 수도 없습니다.

남편과 아들이 차려주는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입니다.
움직이지 않다 보니 다리 근육은 점점 빠지고, 걷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몸도 마음도 느릿하게 마르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2. 항암 2차, 긴 기다림 속 다행

7월 1일, 항암 2차 치료를 위해 충북대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소변통을 챙긴 채 아들과 함께 아침 8시 전에 병원에 도착해 채혈을 했고, 진료실 앞에서 2시간 넘게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밝은 얼굴로 저를 맞아주시며
“채혈 결과 좋네요. 암 수치도 낮아졌어요. 이번엔 2차 항암제 맞고, 또 결과 지켜봅시다.”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쇠약해진 몸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항암치료실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항암 환자들이 함께 치료를 받는 공간으로, 뽈대에 주사액을 매단 채 앉아 있는 환자들로 가득했습니다.
그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고, 문득 “왜 이렇게 암 환자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토를 막기 위해 알약을 하나 삼킨 뒤, 세 종류의 항암제를 차례로 맞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양의 수액이 들어가기에 중간중간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지만,
저는 아들이 받아내는 소변통을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뽈대를 끌고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는 다른 환자분들의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그분들에 비해 저는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야 했으니까요.

 

항암실에서 아들이 제 곁에서 소변통을 비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른 분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셨을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심하면 아들까지 같이 와서 저렇게 옆에 붙어 있어야 할까…’ 하고요.

 

그분들의 그런 시선은 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동시에,
어쩌면 자신들은 그나마 덜 심하다는 안도감도 담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 시선은 때론 저를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또 때론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하기도 합니다.

 


3. 아들에게 진 마음의 빚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복잡해집니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이
“엄마는 지금 나를 필요로 하시잖아요. 직장은 나중에도 구할 수 있지만, 엄마는 지금뿐이에요.”
라며 미련 없이 직장을 내려놓고 제 곁으로 왔습니다.

 

그런 아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들의 인생에 짐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나는 아들이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곁에 있는 지금을 소중히 여기겠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아들에게 진 이 마음의 빚은 결코 쉽게 갚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는 참 간사한 엄마입니다.
미안한 마음 안에 든든함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남편보다 아들이 곁에 있어 더 든든한 것을, 감히 부정할 수 없습니다.


마무리

내 삶의 한복판에, 소변줄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곁에는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가족이 있습니다.
특히 아들의 희생과 사랑은 매일 제게 살아갈 이유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지금은 비록 아픈 몸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마음속에는 깊은 감사와 사랑이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