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이후 처음으로 혼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두렵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찾아간 세종충남대병원.
그곳에서 받은 뜻밖의 말 한마디가 저를 울게 했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 함께 견뎌준 내 몸에, 조용히 인사를 건넸습니다.
1. 설렘 반, 걱정 반… 혼자 떠난 첫 병원길
오늘은 세종충남대병원 여성센터 진료 날.
암 진단 이후 처음으로 제가 직접 운전해서 혼자 병원에 다녀온 날입니다.
전날부터 남편과 아들은 걱정이 많았어요.
“혼자 괜찮겠어?” “운전은 무리 아니야?”
저는 웃으며 말했죠. “잘 다녀올 수 있어. 오히려 설레.”
사실은… 정말 설렜어요.
모자 없이 교수님을 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떠버렸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머리도 정갈하게 빗고, 천천히 집을 나섰습니다.
거울 속 제 얼굴이 조금은 달라 보이더군요.
오른쪽 다리가 저려서 걱정은 있었지만,
천천히 천천히… 무사히 병원에 도착했답니다.
2. “감사합니다”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진료실 문을 여니, 유헌종 교수님께서 환하게 맞아주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그 따뜻한 인사에 벌써 마음이 녹았습니다.
초음파로 진찰하시던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무 깨끗하네요. 요관 제거한 곳도 그렇고, 깨끗합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하대요. 저에게.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떻게 환자에게 이런 말을 먼저 건넬 수 있을까요.
그 순간, 저는 정말로 살아 돌아온 사람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인사드렸어요.
“교수님, 수술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료를 마치며 교수님은 이렇게 덧붙이셨어요.
“이젠 병원에 안 오셔도 됩니다.”
순간, 가슴이 뻥 뚫렸어요.
너무 기뻐서, 몇 번이나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는지 몰라요.
3. 병원과의 이별, 나 자신에게 보내는 인사
병원을 나서며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무거웠어요.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 시간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날들, 병원 복도에서 쏟아지던 눈물,
기다림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그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저는 세종충남대병원과 작별합니다.
그리고, 내 배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정선아, 잘 견뎌줘서 고마워.”
돌아오는 길에, 나무에도, 하늘에도, 지나치는 건물들에게도 속삭였어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아픈 몸으로는 다시 보지 말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인사해요.”
'항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생 간호사와의 특별한 인연, 마지막 밤 편지에 담긴 마음 (0) | 2025.05.23 |
---|---|
걷기 시작하니 변화가! 병원에서 맞은 작은 기적 (0) | 2025.05.21 |
내 몸, 내가 일으키다. 수술 후 진짜 싸움의 시작 (0) | 2025.05.17 |
입원 첫날, 수술을 향한 두근거림과 걱정 (0) | 2025.05.17 |
“수술을 할 수 있다니요” – 기적 같은 하루의 이야기 (0) | 2025.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