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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생일상, 엄마의 마지막 선물

by 아토 (선물) 2025. 4. 23.

 

딸에게주는 선물

 

2025년 7월 10일, 사랑하는 딸의 생일.
이 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엄마가 준비한 생일상과 특별한 선물.
힘든 몸으로도 마음을 다해 전한 그날의 기록.


1. 딸의 생일, 마음이 먼저 달려갑니다

딸의 생일은 언제나 제게 특별합니다.
서울에서 바쁘게 일하느라 자주 얼굴을 보진 못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마다 한걸음에 달려와
저를 씻기고, 머리를 감겨주고, 함께 있어주는 귀한 아이입니다.

 

이번 생에서 마지막 생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습니다.
“동생 생일에, 평생 기억될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요.

 

오랜 고민 끝에,
제 예물반지에 있는 천연 다이아몬드를 
딸의 소원이담긴 별모양이목걸이에 박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딸에게 엄마의 마지막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었습니다.


철통보완

2. 철통보안 외출, 그 길 위에서

선물을 직접 고르고 싶어 외출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외출 하나도 제게는 큰 도전입니다.

 

양쪽 허리에 고정된 소변줄이 빠져나오지 않게 청테이프로 감고,
빠진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습니다.

 

남들에겐 평범한 외출이지만,
저에겐 감춰야 할 것 투성이인 ‘철통보안’ 외출이었습니다.

 

하지만 딸을 위한 마음 하나로
끝까지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직접 고른 목걸이를 손에 넣었습니다.


3.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생일상

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하루 종일 푹 끓인 미역국,
노릇하게 부친 육전, 정성 들인 동그랑땡,
탱글탱글한 잡채까지.

 

몸이 힘들어 주방에 오래 서 있을 수는 없었지만,
의자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조금씩 조금씩 완성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두세 시간이면 될 일을
이제는 하루 종일 걸려야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만은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7월 10일 아침.
딸은 생일상을 보며 웃었습니다.
"감사해요, 엄마."
그 한마디에 저의 모든 고생이 녹아내렸습니다.

 

우리 가족은 조용히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지만
“맛있다”는 말만큼은 모두가 함께 내뱉었습니다.

 

마음 한켠엔 문득 무서운 생각이 스칩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생일상일까 봐.


마무리.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해

딸의 생일은 제게 또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몸이 불편하고 마음이 무거워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딸에게 전한 생일상과 목걸이,
그 무엇보다 값진 선물은 제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딸아,
네 생일은 엄마에게도 새로운 생일이었단다.
오늘 너에게 주었던 그 목걸이보다 더 귀한 건
언제나 너를 향한 엄마의 마음이란 걸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