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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끝인가 싶었던 날” - 항암치료를 기다리며

by 아토 (선물) 2025. 4. 14.

 

하루 식량

                                                                         

 

2025년 6월 3일, 항암주사를 시작하기로 한 날을 앞두고 내 몸은 점점 이상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보험금 지급 제한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조금씩 먹던 방울토마토조차 토하게 된 몸, 그리고 결국 새벽에 소변조차 나오지 않는 절망의 순간. 그 하루는 너무도 길고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1. 보험금, 절반만 지급된다는 통보

항암치료를 앞두고 서류를 정리하며 보험금 청구를 하려던 중,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가입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보험금의 50%만 지급됩니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아… 또 이렇게 되는구나.'

 

예전에 들었던 보험이 있었지만,
보험 설계사는 그 보험으로는 보장이 충분하지 않다며
“요즘 새로 나온 보험은 보장 범위도 넓고 혜택도 크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는 별 의심 없이, 깊이 따져보지도 않고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 더 나은 보장을 받는 게 좋겠지' 하며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습니다.
새 보험은 가입 후 1년이 지나야 만 전액 보장이 된다는 사실을.
아프기 전엔 늘, 그 모든 정보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같았으니까요.

 

‘설마 내가 암에 걸릴까’
그런 일은 뉴스에서나 보는 거라 믿었기에
나는 너무도 가볍게, 너무도 쉽게 결정해 버렸던 것입니다.

 

그 결정이,
이렇게 절실한 순간에 내게 돌아와
현실처럼 무겁게 내려앉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앞으로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지?’
가뜩이나 몸이 아픈데, 마음은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2. 방울토마토로 버틴 하루들

방사선 치료를 받고 나서, 신기하게 허리가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통증도 조금은 가신 듯했고, ‘이제 정말 치료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음식을 받는 몸의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나를 위해 남편이 외출을 다녀온 후

조심스럽게 검정 비닐봉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후배가… 형수님 드리라고 주네…”

봉투 안에는 방울토마토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그날, 그는 술에 취해 홍당무가 된 얼굴로 
괜히 무뚝뚝하게 툭 던지듯 말하고는
내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은 없었지만 그의 눈빛에서
미안함과 걱정, 사랑이 뒤섞여 있었음을..

 

나는 그 방울토마토를 한 알씩 입에 넣으며
‘그래, 이걸로라도 버텨보자’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하루하루를 방울토마토 몇 알로 채우며
겨우겨우 버텨낸 시간이었습니다.

 


3. 소변조차 나오지 않던 새벽

6월 2일 밤.

그마저도 토하게 되었다.
물이든 토마토든, 아무것도 버티지 못하고 몸 밖으로 쏟아냈습니다.

 

그 순간 아들이 다가와
내 등을 조용히 두드려주었습니다.
한마디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땀이 범벅된 나의 등을 다독이며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는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손끝에 담긴 아픔과 두려움이 온몸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새벽이 되자
급기야 소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서웠어요. 정말, 이번엔 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급실에 가야 할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오늘은, 몇 시간만 지나면 병원에 가는 날이었기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견디자.'

 

나는 그 생각 하나로 안간힘을 쓰며
밤을 버텨냈습니다.
몸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끝까지 참아내고 있었습니다.

 


마무리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중 가장 큰 건,
‘섣부른 판단이 얼마나 큰 대가로 돌아올 수 있다.’입니다.

 

예전 보험의 보장이 부족하다는 설계사의 말에
나는 별생각 없이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건강검진 후,
정말 아무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기존 보험을 함부로 해지해선 안 됐던 것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지금 보험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면
부디 나처럼 실수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건강검진을 먼저 받고,
이상이 없다면 그때 마음 놓고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세요.

혹시라도 검진 결과에서 무언가 발견된다면
기존 보험이 마지막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테니까요.

 

나는 실수했지만,
당신은 꼭 현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