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를 듣는 날,
저는 가족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가장 담담한 얼굴로 그 무거운 소식을 전해야 했습니다.
"나 암 이래."
웃으며 말했지만, 속은 무너졌던 그날의 기록입니다.
1. 남편에게 말했지만, 오히려 제가 더 담담해야 했어요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 다가오자
불안함은 점점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남편에게 전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어요.
남편은 제 말을 듣고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설마… 아니겠지? 괜찮을 거야."
계속 부정하고 외면하려는 눈치였습니다.
그 말이 위로가 되기보단,
오히려 제 가슴을 더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더 단단해야겠구나.’
그래서 그날 이후,
저는 아프다는 말도, 무섭다는 말도 꾹 삼켰습니다.
누군가는 담담해야 했고,
그게 결국 나 자신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2. “괜찮아, 나 혼자 들어갈게”
드디어 5월 9일...
결과를 듣는 날, 병원에 남편과 함께 갔습니다.
진료실 앞에 도착했을 때, 남편이 제 손을 꼭 잡았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같이 들어갈까…?”
하지만 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건 용기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했고,
무너진 제 모습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괜찮아, 나 혼자 들어갈게. 결과 듣고 나올게.”
뒤를 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진료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 순간, 제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3. “나 암 이래…” 담담한 얼굴로 내뱉은 그 말
의사 선생님의 말은 짧고 단호했습니다.
“자궁내막암 4기로 보입니다.”
제 안에서 무언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머리는 새하얘지고, 심장은 조여왔고, 숨조차 쉬기 힘들었어요.
그러다, 제 입에서 저도 모르게 울먹이며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선생님… 저 살려주세요… 제발요…
저 살아야 해요… 애들도 있고… 아직 할 일이 많아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눈물이 터졌습니다.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빌며 울며 애원했습니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는 제 얼굴을 본 남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보였습니다.
저는 최대한 평온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 암 이래.”
“근데 괜찮아. 치료하면 되겠지 뭐.”
그 순간 남편의 눈이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울지 말자…"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습니다.
그 미소가 얼마나 애썼는지
남편도 알았을 겁니다.
▪ 마무리하며
그날, 저는 세상에서 가장 담담한 아내인 척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마음속 깊이 다짐했습니다.
‘무너지지 말자. 절대 포기하지 말자. 살아보자.’
아이들에게 힘든 모습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남편에게도 제가 무너지면 더 흔들릴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더 담담해야 했고, 더 단단해져야 했죠.
사실은 무서웠습니다.
죽음이 가까이 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너무나도 무서웠어요.
그런데도 꾹꾹 눌러 담았어요.
살고 싶었으니까요. 반드시 살아내고 싶었으니까요.